이 시대에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가 줄었다 해도 그것이 젠더마다 동일하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는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벡 부부의 지적처럼 “과거의 여성들은 실망에 부딪혔을 때 자기의 희망을 버렸지만, 오늘날의 여성들은 자기의 희망을 고수한 채 결혼을 버린다.”
관습적 성별 분업이 가족 내에서 지켜지는 한, 대부분의 남성에게 결혼은 혼자 사는 것보다 편리하다. 대부분의 남성에게 결혼이란 힘겹게 유지했던 1인 다역에서 벗어나 남편과 아버지라는 역할로 단순화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여성은 달라졌다.
“그녀들은 자기 어머니나 할머니가 했던 것, 즉 남편의 요구에 맞춰주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방식은 덜 받아들이게 된다. 이전에 응집력을 보장했던 접착제들, 즉 과거에 여성이 맡았던 역할들은 사라져가고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를 부정하기, 최소한 겉으로라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끝도 없이 보이지도 않는 감정 패치워크를 떠맡기 과제를, 이제 누가 수행해야 하는가? 많은 여성들은 평화의 사도가 되는 것에 싫증을 내고 있고, 많은 남성들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여성이 결혼을 급하게 결정할 이유가 사라졌다.
결혼이 개인의 결정으로 시작된다면, 결혼의 파국 역시 전적으로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과거의 이혼은 개인과 개인의 이별에 그치지 않고 집안과 집안의 파국이었기에, 개인이 단독으로 내릴 수 없는 결정 영역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개인화는 결혼의 파국 역시 개인에게 결정권을 넘겨주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부부의 연이 지속되는 것은 오히려 행복한 예외적인 경우로 취급 받을 정도로 이혼은 보편적이고 이혼에 대한 태도 역시 가벼워졌다. 이제 어떠한 경우에도 이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지닌 사람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결혼에 대해 유보적이고 이혼에 대해 용감해진 가치관이 우세한 사회에서, 이런 가치관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